NEWS
서울미식 스토리
Best Café & Dessert Award : SONA 성현아 셰프
  • 작성일2023/09/27 13:39
  • 조회 230

Best Café & Dessert Award : SONA 성현아 셰프

 

 

 

요리사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의 ‘맛남’
소나

 

핑크빛 유리구슬을 깨뜨리면 쏟아지는 샴페인 폼과 화려한 꽃. <소나>를 유명하게 만든 건 ‘샴페인 슈가볼’이지만 성현아 셰프가 추구하는 디저트는 단순히 인스타그래머블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미국 유학을 떠나 디저트 셰프로 거듭나기까지 성현아 셰프의 모든 시간은 디저트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디저트란 식사 후 입가심으로 먹는 단 음식으로 여겨지던 십수년 전 가로수길 한편에서 시작한 <소나>는 디저트도 하나의 완전한 요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고 ‘디저트 코스’란 개념을 널리 알렸다. 좋은 디저트란 “각각의 컴포넌트가 서로 어우러지되 그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재료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려주는 요리”라고 말하는 성현아의 디저트는 요리사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이다.

 

 

<성현아 셰프>

 

 

‘소나’는 프랑스어인가, 영어인가

영어권의 사람 이름이다. <소나>에는 ‘pretty(예쁜)’ 그리고 ‘gold(금)’라는 뜻이 담겨 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디저트가 아름답고 예쁘면서도 흔하지 않고 귀하다는 의미를 담고 싶어서 이름 붙였다.

 

미국에서 공부했고 프랑스식 레스토랑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서울의 디저트는 이전과 다를 듯싶다.

<소나>를 처음 시작하던 1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디저트에 주로 사용하던 라즈베리, 블루베리가 구하기 쉽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미국은 한 나라에 모든 계절이 있어서 뉴욕이 한겨울이더라도 캘리포니아에서 나는 식재료를 쓸 수 있다. 사계절 내내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셈인데 한국은 사계절이 분명하다 보니 메뉴를 지속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과일 맛은 우리나라가 확실히 좋고 특히 사과, 배, 귤, 딸기가 맛있다. 디저트는 재료가 맛이 없으면 끓이거나 설탕을 넣어서 보완하는데 우리나라 과일은 그 자체로 맛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다. 그 결과, 예전에는 딸기 디저트를 만들 때 변형을 해야 했다면 지금은 딸기가 돋보일 수 있는 방식으로 디저트를 만든다.

 

 

 

<그린애플, 샴페인 슈가볼>

 

 

허브나 식용꽃 활용이 눈에 띈다. 이런 시도가 맛의 스펙트럼을 확장해주는 듯하다.

오미五味란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을 말한다. 나는 거기에 향을 더 입힌 것이다. 과일과 어울리는 향을 찾아서 가미하고 있다. 식용 꽃은 주로 허브에서 딴 꽃인데 고수 꽃, 미나리 꽃, 방아 꽃, 오레가노 꽃 등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관상용 꽃처럼 크고 탐스럽진 않지만 자연에서 온 듯한 자연스러움이 있다. 이런 꽃이 좀 더 새로운 경험으로 이끄는 것 같다. 사실 언젠가는 직접 텃밭을 가꾸고 싶은 꿈이 있다.

 

당도가 높지 않으면서 식재료 각각의 개성이 살아 있는 조화로운 맛을 추구한다. 단맛과 가장 조화를 이루는 맛은 역시 신맛일까.

그렇다. 디저트 셰프인데도 나는 사실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단순한 단맛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는 맛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래서 허브를 더 활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디저트를 입가심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디저트 코스가 선사하는 기쁨에 대해 말해준다면.

미국에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했는데 코스가 20-24가지에 이렀고 디저트만 4-5 코스였다. 디저트는 코스를 마무리하면서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디저트가 약하면 전체 코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단 음식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디저트를 코스로 먹는다는 건 상상도 못한다.그런데 묵직한맛, 가벼운맛, 익숙한맛 등 코스를 다양하게 구성하면 단맛으로 인한 불쾌감이 아니라 재미도 있고 만족감도 크다는 걸 몸소 경험했고 한국에서 시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소나>는 베스트를 모아서 코스를 구성하는 게 아니라 코스마다 조금씩 다른 뉘앙스를 담는다.

 

디저트 책이 아닌 요리책으로 공부하고 영감을 받는다고 말한 바 있다.

요즘에는 인스타그램만 봐도 굉장히 많은 자료가 펼쳐지지만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요리책을 주로 본다. 예를 들어 그린애플 메뉴에 올리는 소스도 비네그레트 소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오일에 식초가 들어간 소스로 보통 샐러드에 먹는데 거기에 파슬리 오일을 뿌려 두 소스가 섞이지 않은 예쁜 모습을 적용해봤다.

 

 

 

오미五味란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을 말한다.

나는 거기에 향을 더 입힌 것이다. 과일과 어울리는 향을 찾아서 가미하고 있다.

 

 

<소나>의 디저트는‘예술 작품을 먹는 것 같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플레이팅 철학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한 접시에서 엄청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컸다. 솔직히 완벽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다양하지 않아도 임팩트가 있는 디저트를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플레이팅도 간결하게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서 덜어내려고 하는 편이다. 무화과&밤 디저트 같은 경우는 위에 필로 페이스트리를 올리는데 ‘손으로 직접 부숴서 올려 드세요’라고 안내한다. 그런데 그 과정을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도 많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디저트를 계속해서 만들고자 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도전은.

조금 더 건강한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 탄소배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발효 과정이 있는 식재료를 사용해보는 것이다. 비건 디저트를 나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봐도 좋겠다. 지구 온난화 문제에 뭔가 일조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한다. 하지만 주방에서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환경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직업인으로서 인간으로서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제철 재료를 구하다 보면 ‘이 과일이 벌써 나왔어? 벌써 들어갔어?’ 느껴질 때가 있다. 환경의 영향도 있지만 유행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점점 더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절감한다. 이 마음으로 건강한 디저트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