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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Asian Restaurant : Jinjin 왕육성&황진선 셰프
  • 작성일2023/09/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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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Korean Restaurant : Jinjin 왕육성 & 황진선 셰프

 

 

 

재료의 차이와 태도의 차이의 ‘맛남’

진진

 

2014년 서교동 골목에 등장한 <진진>은 조금 이상한 중국집이었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팔지 않는다니. 하지만 ‘왜 짜장면과 탕수육이 없냐’며 화내는 손님은 더 이상 없다. 중식계의 대가 왕육성이 인생 2막으로 시작한 ‘동네에서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기는 호텔 중식’은 대한민국 중식당의 역사에서 새로운 좌표를 만들어냈다. 3년 만에 미쉐린 스타를 받으며 더욱 유명해졌지만, ‘신선한 재료를 구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요리’를 내고자 했던 <진진>의 태도가 결국 공감을 얻었다. ‘재료의 차이’를 향한 열정, 동네 상권과 공생하고자 하는 세심함 등 <진진>의 왕육성 셰프와 17년 수제자 황진선 셰프가 지키는 방향성은 쉽지 않아서 오히려 파격적이다.

 

 

 

<왕육성, 황진선 셰프>

 

 

<진진>은 ‘과감한 간’으로도 유명하다. <진진>이 추구하는 맛에 대해 말해달라.

요리를 먹었을 때 바로 짜릿하게 올라오는 맛을 추구한다. 요리에 대한 정보가 없어도 입에 넣는 순간 ‘우와 이게 뭐지? 맛있네?’ 반응이 나오는 요리다.

 

‘진진津津하다’는 입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맛이 좋다는 뜻도 있다. <진진>에서 가장 진진한 메뉴는 무엇인가.

멘보샤가 아닐까 싶다. 한입 먹는 순간 바삭하고 부드럽고 단맛의 새우즙이 입안에 돌면 짜릿하다. 멘보샤는 다진 새우를 빵으로 감싼 뒤 튀긴 요리인데 설명은 간단하지만 재료가 중요하다. 새우가 신선하지 않으면 빵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식빵도 중요한데 시중의 식빵은 튀겼을 때 그 향이 새우의 맛을 살리지 못해서 멘보샤를 위한 식빵을 따로 주문 제작해서 사용하고 있다.

 

신선한 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매일 새벽이면 도매시장에 가고 대형 냉장실과 냉동실을 따로 제작했으며 식자재를 유통하는 진진상회를 운영할 만큼 재료의 신선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려면 일단 성실하고 근면해야 한다. 좋은 재료는 오전에만 구할 수 있는데 늦잠을 자거나 좋은 재료를 알아보는 눈이 없다면 비싼 값을 들여서 좋은 재료를 구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요리 가격이 높아지고 판매가 저조해지면 결국 요리사는 요리할 수 없게 된다.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신선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악순환이 이루어진다. 아침 일찍 신선한 재료를 저렴하게 구하면 가격이 낮으면서도 손님이 만족하는 요리를 제공할 수 있으니 요리사도 자연스럽게 좋은 실력을 유지하면서 요리할 수 있다.

 

 

 

<멘보샤, 전복 팔보채>

 

 

신선한 재료를 향한 노력이 가장 크게 반영된 메뉴를 꼽는다면.

대게살볶음과 칭찡우럭, 전복팔보채가 아닐까 싶다. 최대한 살아 있는 상태로 재료를 공수해서 빠르게 냉장보관 혹은 냉동보관해서 신선함을 바로 느낄 수 있게 요리한 메뉴다. 대게살은 거래처에서 배를 띄울 때마다 급랭한 게살을 바로 받아서 사용하고, 칭찡우럭과 전복팔보채의 우럭과 전복은 살아 있는 상태로 매장으로 가져와 작업한 후에 냉장 보관한다. 이런 노력은 사실 손님들이 가장 먼저 알아주신다. 언젠가 손님 네 분이 오셔서 술을 진탕 마시고 싸우신 적이 있다.심한 욕설이 오가기도 했는데 계산할 때 “맛있게 드셨어요?”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맛있게 먹었어요” 답하셨다. 새벽에 신선한 재료를 사오는 고생을 반복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두툼한 메뉴판 책자에 메뉴를 빼곡하게 적어놓는 중식당과 달리 <진진>은 정수로 꼽을 만한 메뉴 8개로 시작했다. 평소 끊임없이 메뉴 개발을 하는데 최근에 골몰하고 있는 요리가 있다면.

선배들이 만들었던 요리를 <진진>의 색깔로 다시 만들어내는데 얼마 전부터 불도장을 시작했다. 각종 산해진미로 요리하는 불도장은 작은 그릇에 나오고 사실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우리는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양을 늘리고 여럿이 함께 하면 부담 없을 금액을 책정했다. 그야말로 불도장의 대중화를 위해서다.

 

 

내가 배운 중식은 거의 다 직관적이었다.

빠르고, 뜨겁고, 맛있다. 내 성격과 비슷해서 좋다.

 

왕육성 셰프의 수제자로 <진진>을 함께 이끌고 있다. 왕육성 셰프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운동을 하다가 요리에 뛰어들었는데 왕육성 사부님은 내가 처음 입문한 중식당 <대상해>의 오너 셰프였다. 제일 높은 분이니 처음에는 마주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 실력을 쌓으며 올라갔고 그러는 사이 다친 적이 있는데, 왕 사부께서 많이 도와주셨고 관계가 엄청 돈독해지는 계기가 됐다. 요리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치, 경험 등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신 분이다. 알아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셨다. 요리의 사부님이라기보다, 인생의 스승님이다.

 

<진진>은 후배 요리사 양성에도 진심인 듯 보인다.

원래 중식당에 입사하면 오더, 면판, 칼판, 불판 순으로 일을 배운다. <진진>의 경우 면판이 없어서 오더와 칼판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중식을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다른 곳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진진>의 후배들이 성장해서 주방장 정도의 요리 실력을 갖추면 또 다른 <진진>을 열 것이다. 그들이 하루빨리 튼튼한 오너 셰프가 되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려고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중식의 매력은 무엇인가.

내가 배운 중식은 거의 다 직관적이었다. 빠르고, 뜨겁고, 맛있다. 내 성격과 비슷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