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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식 스토리
Best Grill Restaurant : BORN&BRED 민경환 셰프
  • 작성일2023/09/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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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Grill Restaurant : BORN&BRED 민경환 셰프

 

 

 

한우와 장인정신의 ‘맛남’

본앤브레드

 

불판 위에서 빠르게 익혀 먹는 한우 한 점이 막상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수많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수도권 최대의 축산시장인 마장동에 위치한 <본앤브레드>는 한우 조리에 필요한 모든 전문가들이 모인 코리안 비프 다이닝이자 한우 연구소다. 50년 경력의 경매사가 꼭두새벽 열리는 경매 시장에서 한우를 낙찰 받으면 발골사·정형사의 섬세한 발골과 정형을 거쳐, 셰프는 부위별로 최적의 굽기로 구워 손님상에 낸다. 숙성이 필요한 부위는 2주에서 최대 6주까지 인고의 시간을 거친다. 한우를 해체하고, 다듬고, 구워서 손님 앞에 내놓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직접 소화하는 <본앤브레드>의 목표는 단 하나, 한우의 올바른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이다.

 

 

 

<민경환 셰프>

 

 

<본앤브레드>는 경매사부터 발골사, 정형사, 셰프까지 고기 장인이 한데 모여 있다. 어떤 레스토랑을 지향하는가.

한우 연구소 같은 곳이다. 국내에서 가장 질 좋은 한우를 다루는 마장동에 자리 잡고, 한우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나’ 고민한다. 최고의 퀄리티를 유지하겠다는 장인정신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매일 땀 흘리고 있다. 그 결과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코스 요리에 맡김차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계기는.

<본앤브레드>의 시작은 정상원 대표가 2015년 마장동 축산시장에 마련한 작은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었다. 지인들을 초대해 다양한 한우 부위를 소개했는데, 그들이 농담처럼 붙인 ‘한우 오마카세’라는 별명이 입소문을 탔다. 이후 2019년 지금의 신관을 오픈하며 오마카세라는 일어를 대체할 우리말을 고민한 끝에 ‘맡김차림’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알라카르트 메뉴는 ‘선택차림’으로 명명했다. 한우를 전문으로 다루는 업장이라면 우리말을 사용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한 마리의 한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충북 음성에서 경매사가 28개월 이상 된 암소를 낙찰받으면 다음날 마장동에 있는 <본앤브레드>의 발골 공장으로 직송한다. 큰 뼈를 제거한 뒤, 레스토랑 내 공간으로 옮겨 정형한다.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하고, 결 따라 세심히 커팅하는 작업이다. 정형 방식에 따라 고기 맛도 달라지기 때문에 전문가의 손길이 필수적이다. 이 중 안창살, 토시살, 제비추리 같은 부위는 육 향이 워낙 진해 당일 손님상에 나가고, 안심과 등심을 포함한 다른 부위는 최대 6주까지 숙성한다.

 

 

<구워진 한우를 자르는 민경환 셰프>

 

 

한우의 우수성이 아직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한우는 기름진 일본의 와규나 기름기가 적은 미국 앵거스의 중간점에 있는 것 같다.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쫄깃함과 특유의 구수함이 매력적인 식재료다. 그런데 해외 주방에서 일하던 시절 한우의 인지도가 낮은 걸 알게 된 후 의아함을 느꼈고, 한우의 올바른 가치를 알리고자 <본앤브레드> 주방에 합류했다.

 

한국에서 소는 귀한 노동 자원이었다. 그래서 소를 잡을 때면 버리는 부위 없이 섬세하게 분류하고 조리하는 특수 부위 문화가 발달했다. 우리 조상은 예로부터 ‘일두백미(소 한 마리에서 1백 가지 맛이 난다)’라 하여 한우를 세밀히 나누어 남김없이 먹었다. 육즙이 달콤한 아롱사태부터 사르르 녹는 제비추리, 꼬들꼬들한 갈비살까지 부위별로 식감과 풍미가 다양하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정육 장인 다리오 체키니DARIO CECCHINI와 컬래버 디너를 열고 서로의 발골 기술을 배웠는데, 한국의 발골법이 더 작은 부위까지 나누더라.

 

 

한국에서 소는 귀한 노동 자원이었다.

그래서 소를 잡을 때면 버리는 부위 없이 섬세하게 분류하고

조리하는 특수 부위 문화가 발달했다.

 

 

한우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메뉴는 무엇인가.

한우 맡김차림이다. 1++ BMS 9등급의 최상급 암소만을 쓰며, 날마다 품질 좋은 부위를 14-18가지 메뉴로 선보이는 코스다. 3가지 맞이 음식으로 시작해 지방이 적은 부위부터 풍부한 부위 순으로 준비하며, 중간중간 입가심 요리도 제공한다. 보통 안심, 채끝살, 치마살, 안심추리, 부채살, 토시살, 안창살 순으로 구워 내는데, 부위별 육 향과 질감, 지방 분포도를 고려해 굽는다. 또한 향이 진하지 않은 참숯을 사용해 굽는다. 최상급 원육의 향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부위별 코스가 끝나면 밥과 국, 찬으로 구성된 반상과 샌드위치, 햄버거 등의 빵메뉴, 쌀국수로 끝난다.

 

무화과, 머슈룸 리프 등을 사용해 한우의 맛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흥미롭다.

아뮈즈 부슈 2종 중 숙성 우둔살은 생무화과와 무화과 크림, 브론즈 펜넬을 곁들여 낸다. 한우와 무화과는 맛의 측면에서도 잘 어울리지만, 영양적으로도 찰떡궁합이다. 무화과에 단백질 분해 효소가 함유돼 있어 소화를 돕는다. 힘줄 편육은 레몬·자몽·오렌지 등 시트러스와 머슈룸 리프로 새콤함은 물론 감칠맛을 살렸다.

 

 

 

 

 

 

메뉴 ‘설야멱’은 고기를 굽고 얼음더미 위에 올려 식히는 과정을 반복해 보는 재미가 있다.

설야멱雪夜覓, 또는 설하멱雪下覓이라고 불리는 메뉴는 조선시대의 독특한 고기 구이 문화를 잘 보여준다. 당시 소가 귀했기 때문에 아프거나 늙은소만 먹을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질기고 잡내가 났나 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불에 굽고 눈더미 위에서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며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본앤브레드>에서는 부채살을 활용해 이 퍼포먼스를 재현하는데, 외국 손님은 물론 한국 손님도 신기해한다. 과거에 여름에는 시냇물에 담가 먹었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영감받아 물에 고기를 담그는 퍼포먼스도 구상 중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도전은.

서울에 고기를 메인 재료로 사용하는 그릴 전문 레스토랑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한우 맡김차림 레스토랑이 점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실력 있는 그릴 레스토랑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한국의 바비큐 문화를 전파하면 좋겠다. 또한 <본앤브레드> 해외 지점이 생겨 한우의 매력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다.